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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로 그간 글쓰기에
소홀했습니다.
짬짬이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가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동네 천마산 초입에 어느덧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진달래 곁에서는 생강나무가 외로이
진노랑 꽃봉우리를 터뜨리고 있구요.
철쭉은 아직은 부끄러운지
꽃몽우리만 틔워내고 있습니다.
불과 찰나의 시간 전에
가을 잎새가 흩날리던 이 산에
흰눈이 흩뿌리던 이 산에
봄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새싹이 돋고, 새순이 움트고,
온 산천에 잡초꽃, 나무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틔우고,
얼음장 밑에서도 물고기는 헤엄을 치며
생명을 이어갔습니다.
이제 봄비가 대지를 적셔주면
농부의 마음으로 시골집 앞 마당에
상추씨앗을 놓아야겠습니다.
눈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
빙점의 겨울에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니고 있는 마늘 싹을 만나보기 위해
부직포를 걷어내야겠습니다.
감나무를 감싸주던 볏짚도 걷어내구요.
생명이 움트는 이 계절에도,
파랗게 펼쳐진 하늘 아래에서도
주룩주룩 눈물 흘리는 저와 같이
상한 영혼이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살아야 하기에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야합니다.
어느 시인이 던진 화두처럼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가기로 목숨걸면 지는 해가 문제겠습니까?
영원한 눈물이란 영원한 비탄이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