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나처럼살지마라#박노해#박노해시인#부모님시1 넌 나처럼 살지 마라 - 박노해 시인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 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 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이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2024. 12. 23. 이전 1 다음